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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chen Garden/Green(잎채소)

아스파라거스 심기의 추억, 그때는 틀렸다



내 생애 아스파라거스를 심은 적은 3번있는데, 지난 두번은 모두 틀렸다.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보면 적어도 1년 이상된 크라운(Crown)이라고 부르는 구근을 심는 것인데, 구근을 심을땐 항상 구역을 보호하고, 다른것들과 섞어 심었을땐 이름을 표시하여야 실수로 밟거나 쌔싹이 나왔을때 잡초로 오해하고 뽑아버리는 실수를 하지않게 된다. 나의 아스파라거스 심기 첫 경험도 그러한 실수로 인해 공중분해되었다. 다행히 그땐 1 뿌리를 심은 거였지만 그래도 당시엔 3년된 비싼구근을 구한 것이라 무척 아쉬웠다.




두번째 아스파라거스 심기는 바로 지금 이사온 곳, 새 정원에 4월에 심은 것인데, 이때도 틀린 이유는 구근식물을 많이 심어본 경험만 믿고 내맘대로 심어버린 탓에, 나중에 아스파라거스 농장의 재배법을 자세히 벤치마킹하다보니 틀린것을 알았다. 그래도 구근을 땅에 뭍었으니 뭐 그리 걱정할일을 아니지만, 그래도 아스파라거스 구근을 심는 것은 내가 보기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었다. 


아스파라거스를 제대로 심는 일은 참으로 멋진일 같아 나는 이미 심은 구근을 다 파서 정석대로 다시 하기로 마음먹고 괭이와 큰삽, 돌맹이 고르는 손잡이 갈퀴, 작은 삽등 도구를 챙겨 정원의 가장자리에 배치한 아스파라거스 베드(화단)를 도로 파헤쳐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3년후에 수확하기위한 베이비 아스파라거스 전용 흙인큐베이터(트렌치=Trench= 도랑, 구덩이) 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는 장난이었고 지금은 장난이 아니며, 그때는 틀렸으니 지금은 맞아야 한다. 





지난 4월 처음 심은 아스파라거스화단의 뭔가 갑갑해 보이는 상태와 수정 작업을 마친후, 베이비들이 자유롭게 숨쉬는 듯한 교사진.



이제부터는 아스파라거스 구근을 심는 법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는데, 아마 한국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심는 법이라든가 처음 자라는 모습을 보기 드물 것이라 여겨지므로, 우선 아스파라거스가 처음 자라는 모습과 다 자란 모습의 비교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아스파라거스의 성장시기도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스파라거스가 처음 자랄때(1년)와 3년이후 수확시 아스파라거스 비교사진.



아스파라거스는 한번 심으면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기다린 만큼 안겨주는 수확의 기쁨도 매우 긴 작물이다. 다시 말하면, 적어도 2년은 보들 보들거리는 고사리모양의 줄기가 자라는 것만 보게 될것이며, 그후에는 드디어 아스파라거스를 매년 봄 수확하는데, 그 기간은 20년이나 지속된다. 나는 아직 이 기간을 지난 사람은 아니지만, 아스파라거스 농장에서 그것을 목격하였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시장에선 비싼 축에 드는 아스파라거스를 20년간 수확할 수 있다? 처음 들었을때 정말 놀랐고, 실제로 심어보려고 구근을 살때보니까 사슴이 건드리지 않는 식물(deer resistant plants)이라고 쓰여 있어, 내심 더욱 더 반가웠다. 우리집에 나타나는 사슴은 식성이 별로 까다롭지 않아, 이들이 한번 다녀가면 과일나무며 장미며 모든 채소잎을 아작을 내놓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아스파라거스 하나 깔끔하게 잘 키우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일것이라 여겨진다.


아스파라거스를 심는 시기는 봄에 감자심는 시기와 같다고도 하는데, 서리가 내리기전에 심는 사람도 있다. 보통의 구근식물을 심는 시기는 봄에 땅이 완전히 녹은 후, 혹은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전에 심는 경우가 많음을 경험으로도 알수 있다.



아스파라거스 제대로 심기(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구근(크라운)고르기/

나는 시중에 파는 1년생 구근(크라운) 숫(Male)구근 7개를 구했다. 아스파라거스도 암수가 있지만, 가정에서 채소수확용으로는 숫 구근만 심는것이 보통이다. 처음 사면 고사리잎 모양같은 잎은 나지 않고 브라운색상의 메마른 뿌리이다. 사진은 4월에 심은 것을 다시 파내는 작업을 한 것이므로 싹이 난 상태이다. 심기전 구근을 물에 충분히 불려둔다(보통의 메마른 구근은 하루정도). 

 


패치(Patch= 구역만들기 /

아스파라거스를 심는 구역은 20년간 관리할 지역이므로 특별경계구역으로 선포해야한다. 구역은 풀선(Full Sun 햇볕이 잘드는 곳)이어야 하며, 땅을 괭이와 삽으로 파고 돌맹이를 고르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나는 이 작업을 하면서 떠오른 단어, 흙 인큐베이터라고 부르게되었다; 전체 길이는 구근의 수량에 비례한다. 내가 정한 구근과의 거리는 약 15인치이상이므로 약 150 인치(양옆 보더(Border, 경계선)까지 총길이 약 3.5미터이상= 350 cm이상)이고, 폭은 구근의 3배이상 넓이로 약 40센티이상 정도이다. 깊이는 장화를 신고 땅을 디뎠을때, 무릎아래정도 깊이로 약 50~60센티. 땅파면 나오는 모든 돌맹이는 모두 골라내고 보드라운 흙만 구역안에 모아준다. 가운데는 오목하게 흙을 모아 높여준다. 



센터에 라이징 베드(가운데 흙 높이기)와 뿌리앉히기

패치가 완성되고, 가운데 오목하게 배양토를 섞어 흙을 높여주었으면(rising bed), 낙지발 처럼 생긴 아스파라거스 구근의 가운데를 벌려 높힌 흙위에 잘 안착해 자리를 잡아준다. 심는 간격은 넓게 벌려주면 굵게 자라고,  좁게 심으면 가늘게 자라므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도 된다. 나는 굵은 아스파라거스를 원했으므로 약 15인치 이상 간격을 벌려주었다.


아스파라거스 패치에 흙을 덮을때는 뿌리위 5센티 정도만= 즉 패치 깊이의 1/3정도만 흙으로 덮어 뿌리가 숨을 쉬도록 하고, 해마다 흙을 덮어 2년째 되는 해에는 완전히 덮어 원래의 땅의 평면과 동일하게 채운다. 겨울에는 동파 방지용 발크(bark =나무껍질) 등으로 덮어준다. 아스파라거스가 좋아하는 땅은 산성이 아닌 PH 7 정도 약알칼리로 알려져있다. 내가 사는 워싱턴주의 바닷물이 드는 땅이 짠?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나는 장작난로에서 나무를 태우고 난 재를 흙에 일부 섞어주었다.




자이언트 아스파라거스(Giant Asparagus) VS 펜슬 아스파라거스(Pencil Asparagus)


아스파라거스의 굵기는 구근을 심을때 간격이 넓게 심었는가 또는 간격을 좁혀 심었는가에 따라 정해진다. 심는 간격이 넓을때는 자이언트 아스파라거스(Giant Asparagus), 좁을때는 펜슬 아스파라거스(Pencil Asparagus)를 수확하게 될 것이다.



PS. 몇 년전 제가 전세계에 오가닉 딸기심기 붐을 일으켰으니, 이제 또 아스파라거스 심기 붐이 일어나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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