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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Design & Life

소박한 정원에 걸맞는 허름한 미니창고 소유하기

이곳은 8월의 첫날이군요.

지난 5월부터 본격 시작한 우리집 소박한 

정원 디자인은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약 3개월간 그래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BEFORE (VS) AFTER의 결과물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그간의 작업들을 요약하자면,

숲으로 둘러쌓인 백야드(Back Yard, 뒷마당)중에서

빛이 모아지는 곳 정가운데의 잔디를 파내고

과일나무와 채소, 허브들의 구역들을 만들었구요,



꽃들은 다년생과 일년생, 그늘, 양지 꽃으로 분리해

바구니와 화단, 화분등에 분산해 심었어요.

마당엔 캠핑지 스타일 캠파이어를 설치하고,

데크에서 가장 가까운 큰 그늘인 버들체리나무 아래엔

피크닉 테이블을 놓고 야외 스튜디오겸 휴시처로,

울 옆지기는 열심히 새 데크를 만들고 있어요.



이러한 작업들도 모두 주제별로 분리해 포스팅할 것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기에 정원일로 바빠 

지금은 사진 자료만 챙기는 중이랍니다.

그중, 7월의 소박한 정원에서 눈에 띈 

몇가지 꽃의 모습과 한글과 이곳 미국현지의 영어발음 이름을 알아보고,

허름한 미니창고를 소유한 에피소드를 쓰려고 해요.





위: 백일홍= Zinnia[지니아],  아래: 패랭이= Dianthus[다이안떠스]


한련= Nasturtium[네스터셤]



위: 제라늄= Geranium [저레니늄],  아래: 줄 베고니아= Begonia Trailing. 



이제부터 제가 허름한 미니창고를 기필고 소유하기까지의

재미있는 스토리입니다.

먼저, 전 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아요.



허름한 창고가 철거되기 일보직전 모습=BEFORE

구제하여 변신한 현재 모습=AFTER



7월이 시작되었는데도 

이곳은 미국중에서도 북서부라 추울때가 많아요.

게다가 현재 집은 숲속에 파뭍혀 있어 늘 캠핑지의 공기를 느끼죠.

지난 7월의 첫 일요일 아침도 매우 쌀쌀해 

우리는 캠파이어를 하면서

뒷마당에서 커피와 브랙퍼스트를 하였는데요,



사실, 흉물로 보였던건 사실인 낡고 볼품없는 두개의 창고.



식사를 마친 옆사람이 갑자기 전주인이 남긴 두개의 창고가 흉물이라 

더이상 볼수 없다며 오늘 부수어 버려야겠다고 하면서 

창고쪽으로 가더니 이미 한개는 본격 철거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그러기 전에, 그중에 미니 나무창고는 내가 잘 디자인해 쓸테니

제발 부수지 말고 남겨달라고 빌었는데도 

저렇게 보기싫은것을 어디에 쓸거냐며 버럭 화까지 내면서 말이죠.


전 내말을 들어주지 않는 그이가 미워

그러거나 말거나 뒤도 돌아보지않고

아이폰에 머리 콕 박고 삐쳐 있는 동안 살짝 머릴 돌려보니

어라...미니창고가 어디로 이동중이네요?

그리고 잠시후 "이거 어디에 놔줄까?" 요렇게 묻는 겁니다.



헉! 창고가 움직인다. 그자리에서 부숴버리겠다고 버럭하더니? 어디로 ㅋㅋ



나참, 남자들은 왜 좋은 말 할때 여자말을 안듣는지...ㅠㅠ

암튼, 이렇게 해서 일단 미니창고는 내 소유로 등록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그 다음엔 약속대로 이쁘게 잘 디자인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창고 자리를 잡은 후 며칠후,

10일 후, 20일 후 천천히 조금씩 변모시켰지요.

다만 완전 트랜스폼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도 내 소박한 정원에 딱 걸맞는 아이템 같아서죠.



창고 소유 며칠 후, 자리잡고 주변 정리후 사용하기:

지붕위로 올릴 아이비 측면에 심기, 꽃심기

창고 뒤에서 발견한 낡은 의자 갖다놓기 등.




10일 후, 역시 창고 뒤에서 발견한 

낡고 녹슬었지만 내겐 아주 멋스런 정원도구를 창고 측면에 세우는 걸로 디자인 완료.

먼지와 흙, 찌든때로 덮인 의자 세척하고 

그림과 화분걸이로 악센트 디자인 추가하기.




20일 후, 정원일 하면서 도움이 될 시계를 걸고 

30일 후, 정면과 측면 테두리에만 물감칠하기(페인트가 아니고 유화용 물감).




내겐 너무 멋스런 낡은 것들의 조화...

버려져 있던 낡은 정원도구, 녹슨 핀치( pinch, 한국선 뻰치? 못 뽑거나 나사 쪼이는 것)등.




집에 얼마든지 페인트가 있어도 페인트 칠을 하기 않겠다고 고집했지만,

정원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겠노라고...

9년전 테네시시절에 사다두고 쓰지않던 유화용 물감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찾아서 드디어 오늘 창고에 붓질을 한것. 

칠할때 페인트나 휘발류 냄새가 안나 너무 좋다.

난 원래 연두나 초록과는 아닌데, 보유하고 있는 물감의 종류와 양으로 봐선

밝은 연두색쪽으로 가야될것 같아서...그런데,

울 옆지기는 자기의 풋볼팀 상징색이라고 매우 좋아한다. 우연의 일치 ㅎㅎ 




미니 창고 디자인 작업 과정/

철제 고리로 걸이대 만들기, 호롱등잔, 행잉화분 걸기, 안에도 액자로 장식.

입구바닥 화분옆에는 플로리다 세인트 오거스틴 마을서 기념품으로 사온 타일조각 붙이기.

치약, 베이팅 소다, 식초, 비누를 이용해 의자 찌든때 벗기기 작전.




드디어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플라스틱 의자.

속은 물에 젖지 않는 스파용 쿠션을 갖다 놓으니 이제 쉼터가 되는 의자가 되었다.

저가정원이 목표이므로 쓸만한건 쓰고 왠만하면 돈을 아껴야 한다.



부숴 없애버리려던 창고를 빼앗아 나의 소유로 만들기까지...

이것이 가장 최근, 오늘의 모습.

또 언제 어떻게 내 마음이 변하여 창고모습이 변할지는 모르지만,

창고양옆에 심은 아이비 넝쿨이 자라면 지붕에 올릴 예정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바꿔도 될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매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내가 나의 쬐그만 창고와 노는 동안 한쪽에선 반전이 일어났네요.



부숴버리겠다고 하더니만?

옆지기는 어느날 요렇게 페인트칠을 하고 장식을 하고...

나참, 내가 그냥두자고 한다고 버럭화낼땐 언제고 나와 경쟁하려는 거야 뭐야...ㅎㅎ

남자들이란...ㅋㅋ 




쓰레기 보관용 등 그이가 관리할 창고, 그러나 주변 디자인은 내몫이네요.

즐거운 고민...그러나 갈길이 먼 프로젝트들...




다음 에피소드는 벌레가 건드리지 않는 꽃 글라디올러스 심고 즐기기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