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키우는 시즌 꽃을 사진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기에
시간대 변화를 찍어 두었다가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은 포스팅하고자 한다.
우리 집의 시즌 꽃들은 울타리 밖과 안으로 나누어지는데,
울타리 밖의 꽃들은 심은지 오래된 꽃나무이거나 야생이거나 사슴이 건드리지 않는
비식용일 때가 대부분이고, 울타리 안의 텃밭에 심어진 꽃들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식용꽃이다.
나는 약용이나 식용꽃에만 관심이 많은 터라, 울타리 밖 꽃들에 대해서는 기념적인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러나, 텃밭처럼 관리하는 식용 꽃밭엔 매일 아침 들러 상태를 확인한다.
6월부터는 매일 아침에 제라늄을 수확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씨를 뿌려 둔 메리골드가 키가 훌쩍 자라 제라늄은 메리골드의 그늘 안에 다 숨어 겉으론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메리골드(Marigold, 금잔화)의 키가 내 어깨까지 닿을 정도로 크게 자라는 것을 보기도 난생처음이다. 게다가 꽃봉오리는 어찌나 많이 맺히고 피는지, 제라늄 수확에 바빠 그냥 두다가 메리골드도 가끔씩 수확하는데, 꽃대가 커서 몇 개만 따도 부피가 엄청나다. 올봄 씨를 발아해 메리골드를 가든에 옮겨 심었을 때, 슬러그가 어린 메리골드들의 목을 따는 바람에 많은 메리골드가 희생당한 후 생존한 메리골드라서 그런지 몇 포기 되지 않는 매리골드들은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메리골드가 자라는 동안 식용 꽃밭 중앙에 심어둔 해바라기도 잎과 줄기가 튼튼해지면서 키가 하늘을 향해 쏙 쑥 자라, 꽃밭 안에서 가장 작았던 것이 메리골드 키도 훨씬 넘어 내가 올려보기에 고개가 아플 정도까지 키가 컸다.
해바라기도 메리골드와 마찬가지로 슬러그의 떼 공격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50 개 씨앗을 심었지만 어린싹일 때 슬러그들이 다 먹어치우고 살아남은 것 딱 3-4 포기인데, 제대로 자라고 있는 것은 현재 단 한 포기이다.
해가 턱없이 부족한 북서부 워싱턴주에 살면서, 해바라기 키우는 걸 포기한지는 오래되었는데, 올해는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텃밭의 일조량만 믿고 용기를 내 보았다. 한송이 꽃에서 시작해 3송이, 6송이, 9송이... 종류도 그간 내가 알던 해바라기가 아닌 한줄기에 다송이 꽃 해바라기여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제라늄- 메리골드- 해바라기는 일 년생으로 식용꽃으로 심은 것이라면, 다년생 식용꽃은 로즈가든이라고 부르는 곳에 심어진 각종 장미꽃나무들이다. 빨강, 핑크, 노랑 모든 컬러가 모여있어 로즈가든은 항상 장미 다발로 가득하다.
7월 중순 이후, 울타리 밖의 꽃은 수국이 단연 돋보인다. 그밖에 양귀비나 다른 울타리 밖 꽃들도 있지만 이미 포스팅된 6월부터 피고 지는 것들이라 생략하였다.
8월 말경부터는 봄에 심은 정원의 모든 먹거리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꽃들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한껏 힘을 다해 피는 꽃들과 연중 내내 녹색 찬연한 허브들을 잘라와 데크 위 테이블을 장식해 보았다. 데크에서 따사로운 마지막 햇살을 즐기는 가족들에게 가든에서 자란 것들을 보는 즐거움과 싱그러운 향기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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